1심 무죄판결에 검찰 항소
1100억원대 편취 혐의
“경영에 관여 안해” 입장 번복
가상화폐거래소 빗썸의 최대 주주 이정훈 전 의장이 회사 경영에 복귀했다. 김병건 BK메디컬그룹 회장과의 경영권 다툼과 빗썸 코인 상장 사기 혐의로 검찰의 수사가 시작되면서 2020년 사내이사에서 물러난 지 3년만이다. 코인 사기 혐의로 형사 재판을 받고 있는 이 전 의장이 피고인의 신분임에도 경영 복귀에 나선 건 투자자 이탈과 수백억대 세금 추징 등 빗썸을 둘러싼 위기가 심상치 않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22일 법률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이 전 의장은 이달 8일부터 빗썸에 출근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전 의장은 회사의 사업 전반을 직접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의장은 빗썸코리아의 지배회사인 SG브레인테크놀로지의 지분 49.997%를 가진 빗썸의 실소유주다. 빗썸은 최근 외우내환의 위기에 빠져 있다. 실적은 속절 없이 무너지고 있고, 상장피 의혹 등 사법 리스크도 여전하다. 빗썸은 지난 2분기 319억 원의 매출액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60% 감소한 수치다. 빗썸은 2분기 34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빗썸이 분기 기준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빗썸은 끝임없이 구설에 오르곤 했다. 빗썸 실소유주 논란에 휩싸였던 강종현 씨와 동생인 강지연 비덴트 대표 등이 주가조작 등의 혐의로 구속·불구속 기소됐고, 이 과정에서 빗썸을 둘러싼 상장피 의혹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빗썸홀딩스 대표 이모 씨도 상장피 수수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이 대표는 이 전 의장의 핵심 측근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국세청으로부터 특별 세무조사를 받아 200억 원을 추징당하기도 했다. 빗썸의 신뢰도는 곤두박질 쳤고, 수수료의 기본의 되는 거래량은 1위인 업비트의 10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 들었다.
이 전 의장의 사법리스크도 여전히 진행중이다. 빗썸의 창업주인 이 전 의장은 2018년 10월 김 회장과 4000억 원대 빗썸 매각 계약을 체결할 당시 빗썸 코인(BXA코인)을 상장하겠다고 하며 1100억 원을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이 전 의장이 2018년 10월 지분을 팔면서 BXA코인을 빗썸에 상장해 인수자금을 확보하도록 돕겠다고 했던 약속이 사기였다는 것이 김 회장 측의 주장이다. 검찰은 이 전 의장이 실제로 빗썸에 BXA코인을 상장할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김 회장에게 ‘인수대금 중 일부만 지급하면 나머지 대금은 코인을 판매해 지급하면 된다'고 속였다고 보고 그를 기소했다.
검찰은 2022년 10월 특정경제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이 전 의장에 대해 징역 8년을 구형했으나 서울중앙지법은 올해 1월, 투자합의서에 구속력이 없다는 조항이 있고 상장을 확약한다는 내용도 없어 기망행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 전 의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항소했고, 서울고법에서 진행 중이다.
이 전 의장의 사기 혐의에 대한 1심에서 무죄가 나온 이후 당시 빗썸 측은 입장문을 내고 “빗썸은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으며, 이 전 의장은 빗썸의 경영에 일체 관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전 의장이 다시금 경영에 복귀하면서 빗썸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