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P 도입前 변호사 자정 필요” 의견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77명의 변호사가 기소됐다. 증거인멸이나 위증교사 같은 사법 절차를 방해하려는 의도의 범행부터 의뢰인의 금품을 횡령하거나 의뢰인에게 금품을 수수한 사건까지 다양하다. 검찰은 성역 없는 수사를 이어가고 법원은 예외를 두지 않고 있다. 검찰이 범죄에 연루된 변호사 사무실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하면 법원이 발부해왔다.
기소되는 변호사 숫자가 늘고 있지만, 변호사 단체는 ACP 도입을 요구하며 갈등은 깊어지고 있다.
공탁금 임의사용부터 사법질서 방해까지
대전지검은 5월 업무상횡령·배임 등으로 변호사 A 씨를 기소했다. A 씨는 민사소송 의뢰인이 상대방과의 합의를 위해 맡겼다 철회한 공탁금을 보관하던 중 6300만 원 상당을 임의로 사용했다. 뿐만 아니라 민사소송 상대방 명의의 부동산에 대해 의뢰인의 명의로 압류해야 함에도 자신의 명의로 채권최고액 5000만 원 상당의 근저당권을 설정한 혐의도 받는다.
사법질서를 방해해 재판에 넘겨진 변호사도 있다. B 씨는 특경법위반(사기) 사건에서 의뢰인이자 피고인이 무죄를 받을 수 있도록 공범이자 핵심 증인에게 위증을 교사한 혐의를 받는다. B 씨는 허위 증언 내용을 건네고 외우도록 지시했다. 울산지검은 B 씨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위증 내용이 기재된 서류를 발견했다.
서울중앙지검은 8월 전형적인 사기꾼 수법을 이용해 수억 원을 뜯은 변호사를 기소했다. 변호사 C 씨는 피해자에게 3억 원을 주면 피해자의 회사에 십수억 원의 자금을 조달토록 해주겠다고 한 뒤 돈을 챙겼다. 회사 자금 5억여 원을 임의로 인출해 개인 채무 변제에 사용하기도 했다. C 씨는 변호사의 자격을 이용해 브로커와 사기꾼처럼 행동한 사례로, 횡령 금액 5억 이상이라 특경법위반 혐의가 적용됐다.
"ACP 도입 전 변호사 집단의 자정 필요"
한 고위 법조인은 ACP 관련 논의를 진행하기 전에 변호사 집단의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변호사법 제24조 2항은 '변호사는 그 직무를 수행할 때에 진실을 은폐하거나 거짓 진술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변호사 윤리장전에는 '변호인의 진실의무'를 더 세부적으로 강조하며,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한 금전거래 역시 금지하고 있다.
서초동의 한 법조인은 "검찰의 로펌 압수수색은 의뢰인과 변호사 사이에서 나눴던 이야기를 압수하는 게 아니다. 변호사가 범죄에 연루되어 있거나 변호사 자체가 수사 대상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 "변호사가 범죄에 가담한 사건이 늘고 있는데 그 부분은 언급하지 않고 ACP 도입만 요구하는 부분은 부적절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ACP 도입이 필요한지에 대해 자유롭게 논의할 수 있지만, 권리를 요구하기 전에 도덕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변호사법을 위반한 변호사 사례는 과거부터 많았다. 변호사의 징계나 변호사 윤리 규정의 강화가 먼저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변호사단체를 법정단체로 만들어 둔 것에 대해 재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한 법조계 고위 관계자는 "변호사에 대한 징계, 법정단체, 변호사에 대한 공공성 부여 등 변호사법 전반에 대해 재검토할 시점에 다다른 거 같다"며 "ACP로 촉발된 논의가 법조에서 지금까지 수면 아래에 있던 다양한 논의를 더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